영국의 헬레나 공주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3녀이자 다섯째이다. 애칭은 렌첸(Lenchen).

1846년 5월 25일 런던 버킹엄 궁전에서 태어났다. 가족들 사이에서는 헬렌첸(Helenchen)이라고 불리다가 후에 렌첸으로 애칭이 굳어졌다. 헬레나는 형제 중에 바로 위의 오빠인 알프레드와 제일 가까웠다.

헬레나는 어머니에게 순종적이었으며 내향적이고 뚱뚱했다. 남편 앨버트 공이 사망한 후 딸들을 멀리 보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은 헬레나는 결혼하지 않고 자기 곁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헬레나는 오빠 에드워드 7세의 독일어 선생님이었던 카를 룰란트를 좋아하고 있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남자와 관련이 없어보였던 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고용된 일반인을 좋아하자 깜짝 놀라 카를 룰란트를 해임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헬레나는 몇 년 후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자신보다 15살 연상인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크리스티안 공자[1]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엮인 복잡한 영토 분쟁 하에 있었다. 크리스티안의 아버지는 분쟁으로 영토를 상실한 상태였으며 크리스티안은 물려받을 작위도, 재산도 없었다. 외교적 문제도 있어서 인해 집안내에서도 헬레나의 결혼은 찬반이 분분했다.

빅토리아 여왕은 딸을 시집 보내고 싶지 않았으며 복잡한 외교 문제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미남을 좋아하는 빅토리아 여왕은 별로 잘생기지 않고 나이든 사윗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헬레나는 진심으로 크리스티안과의 결혼을 원했다. 결국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 후에 영국에서 산다는 조건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다.

헬레나와 크리스티안은 1866년 7월 5일에 윈저 성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버지와 딸 뻘이었지만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였다. 헬레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3남 2녀를 두었다.

헬레나는 간호와 자선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왕족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린이와 실업자들을 위한 자선 행사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리고 영국 적십자사 여성 위원회의 창립 의장으로 활동하며 전쟁 중에 간호사를 모집하고 물자를 보급하는 일에 아낌없이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헬레나는 간호사들의 교육 수준과 지위 향상을 주장했다. 당시 간호사는 지금처럼 전문직이 아닌 값싼 임금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을 고용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직업으로의 인식이 높지 않았으며 간호사들이 충분한 의료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헬레나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간호사 면허 제도를 강력하게 지지했다.[2]

헬레나는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으나, 삼남 해롤드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망했고, 장남 크리스티안 빅터는 미혼인 상태로 아프리카에서 장티푸스로 병사했고, 차남 알베르트는 슬하에 아들 없이 사생아 딸 하나만 남겼다. 1921년에 헬레나의 시조카인 에른스트 귄터 2세가 자녀 없이 죽자 헬레나의 차남 알베르트가 가문의 수장이 되었으나, 알베르트가 1931년 사망하면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존더부르크아우구스텐부르크 가문은 단절된다. 또한 알베르트의 사생아 딸 하나를 제외하면 헬레나의 자녀들은 모두 자녀 없이 사망했으며, 알베르트의 사생아 딸인 발레리 마리도 자녀 없이 자살해서 헬레나의 가계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존더부르크아우구스텐부르크 가문이 단절되면서 올덴부르크 왕조의 수장(종주), 종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명목상 공작위는 그 다음 서열이자 여계후손[3]이기도 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존더부르크글뤽스부르크 가문이 계승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

헬레나는 1923년 6월 9일에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유해는 윈저성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 안장되었다가 1928년에 프로그모어 왕립 묘지로 이장되었다.